한국 남녀 배구 대표팀이 나란히 국제 대회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둬들이며 굴욕을 면치 못하고 있다.
먼저 수모를 겪은 것은 여자 대표팀이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 6월 1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7월 2일까지 약 한 달간 터키 안탈리아, 브라질 브라질리아, 한국 수원 등에서 열린 2023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무승 12패를 승점 0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 2022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도 무승 12패 무승점을 거둔 것을 포함하면 여자 대표팀은 VNL에서만 27연패, 2년 연속 무승점에 그친 것이 된다. 'VNL 27연패'는 세계 배구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무후무한 처참한 기록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부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021년에 개최됐던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의 주축 선수였던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과 미들 블로커 양효진 등이 은퇴하며 전반적인 전력이 크게 약화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의 지도력과 전술이 부재한 것도 부진의 원인 중 하나이다. 세자르 감독은 전임 감독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체제 아래 3년간 대표팀의 수석코치로 활동한 만큼 한국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 2년이 다 되어감에도 팀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는 전술이나 조직력이 전혀 갖춰지지 않으며 대표팀은 국제 대회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클럽팀과 소속팀 겸직으로 대표팀 훈련을 원격으로 지휘함은 물론이고 선수 탓까지 일삼는 등 책임감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남자배구 대표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8일부터 15일까지 약 1주일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3 AVC 챌린저컵에 출전한 남자 대표팀은 14일 열린 바레인과의 4강전에서 0-3(33-35 23-25 20-25)으로 셧아웃 패했다.
세대교체로 인한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지만, 대표팀의 세계 랭킹이 32위, 바레인의 세계 랭킹이 76위인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충격 패 그 자체였다.
당초 남자 대표팀은 2023 AVC 챌린저컵에서 우승한 뒤, FIVB 챌린저컵에 연이어 우승컵을 들어 올려 VNL 진출권까지 따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AVC 챌린저컵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며 그 계획이 좌절됐다.
국제 대회를 앞두고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대표팀 소집 훈련을 진행했음에도 이번 대회의 경기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4강에서 패배한 바레인을 포함해,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몽골, 베트남 등을 상대로 아쉬운 경기력을 펼쳤다.
특히 조별 리그 경기인 태국전, 사우디아라비아전, 그리고 12강 몽골전 3경기 연속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고는 하나 경기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약체라고 평가받는 팀들을 상대로 전반적으로 높이 싸움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고, 조직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과 여자배구 대표팀은 다시 한번 국제무대 도전장을 내민다. 남자 대표팀은 오는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제22회 아시아 남자배구 선수권대회에 나선다. 대표팀은 이 대회를 위해 지난 19일부터 약 4주간의 훈련에 돌입한 상황이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펼쳐지는 제22회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에 출사표를 내민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8월 6일부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3주간의 강화 훈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과연 세계 무대에서 자존심을 구긴 한국 남녀 배구 대표팀이 지난 대회의 부진을 털고 아시아 배구 선수권대회에서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