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2023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차 4경기 전패의 굴욕을 당했다.
세자르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4일 오후 8시(한국 시각) 태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패하며 VNL 1주 차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 대표팀은 튀르키예, 캐나다, 미국, 태국 등과 치른 1주 차 경기에서 모두 셧아웃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지난해 경기 결과까지 포함하면 여자배구 대표팀은 VNL 16연패에 빠져있는 셈이다.
1주 차 일정에서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한 팀은 한국과 크로아티아 뿐이다. 한국은 점수 득실률에서 크로아티아에 근소하게 앞서며 1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VNL에서의 부진은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주 차 일정에서 부진했던 탓에 23위였던 세계 랭킹 26위로 하락하며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 더욱 힘들어졌다. 당초 대표팀이 세계 랭킹 상승을 통해 파리올림픽 진출까지 노린 만큼 기존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대회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물음표가 붙었다. 2022 VNL에서 12전 전패하며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대표팀은 2023 VNL 개막 약 한 달 전부터 진천선수촌에 모여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훈련 현장에서 세자르 감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자르 감독이 소속팀 바크프방크(튀르키예)의 일정으로 인해 한국에서 이뤄진 소집 훈련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세자르 감독은 훈련 일정에 참가하는 것 대신, 화상 통화 등을 통해 대표팀을 지휘했고, 실질적인 현장 지휘는 한유미 코치와 김연경 어드바이저에 의해 이뤄졌다.
훈련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팀에 적합한 전술을 만들지 못한 탓일까? 1주 차 경기에서는 전술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파워나 높이에 있어 열세에 있는 튀르키예, 캐나다, 미국 등에 밀린 것과는 별개로, 신체 조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태국에게도 셧아웃 패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블로킹에서 5-13으로 밀리며 높이 싸움에서도 완패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한국과 태국, 양 팀의 차이는 '뚜렷한 전술'에 있었다. 태국이 속공과 빠른 후위 공격, 안정적인 수비 등의 전술을 내세워 팀의 장점을 극대화했다면, 한국은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내세울 수 있는 전술이 부족했다.
'주포'가 부재한 것도 이번 대회 부진의 원인 중 하나이다. 지난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의 주축이던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이 은퇴하며 공격력이 크게 약해졌다.
이후 박정아, 표승주, 문지윤 등이 대표팀의 주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들은 1주 차 경기에서 각각 27득점, 24득점, 19득점을 올리는 데 그치며 세계적인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공격력을 선보였다.
한편, 한국은 오는 15일 오전 9시(한국 시각)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을 상대로 2주 차 첫 번째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후 16일 일본(7위), 17일 크로아티아(30위), 18일 독일(12위)과 맞대결을 치를 예정이다. 과연 한국이 세계의 벽을 넘고 첫 승을 따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