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3년 차에 접어든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끝없는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첫 시즌인 2021-22시즌과 두 번째 시즌인 2022-23시즌 모두 리그 최하위 7위로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에는 5승 31패를 거두며 2021-22시즌(3승 28패)보다 비교적 향상된 성적을 거두기는 했으나, 나머지 6구단에 비해 실력과 전력이 크게 밀리며 순위 경쟁에 낄 수조차 없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팀 개편에 나섰다. 먼저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지난 시즌 도중 자진 사퇴한 김형실 초대 감독과 결별한 후, 새 사령탑 선임에 나섰다.
페퍼저축은행의 선택은 한국계 미국인 아헨 킴이었다. 아헨 킴은 2018년 미국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1 소속 브라운대학교 감독으로 부임해 3년 만에 팀을 아이비리그 1위로 이끌었다. 또한 브라운대학교 역사상 최초로 NCAA 토너먼트 진출을 이뤄내는 쾌거를 달성하며 뛰어난 지도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새 사령탑 선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에는 FA를 통한 적극적인 전력 보강에 나서기도 했다.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와 채선아를 영입하며 날개 자원을 강화했고, '집토끼' 리베로 오지영과 아웃사이드 히터 이한빈까지 모두 붙잡으며 전력 누수를 막았다.
'집토끼'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력 누수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박정아의 보상 선수로 '주전 세터' 이고은이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하게 된 것. 이고은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세터 자원이 없었던 페퍼저축은행은 미들 블로커 최가은과 2023-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한국도로공사에 양도하는 조건으로 6일 만에 이고은을 재영입했다.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지난 2시즌 간 현대건설 소속으로 V-리그를 폭격했던 야스민 베다르트를 영입하며 다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에 다시 한번 악재가 닥쳤다. 지난 23일 신임 감독 아헨 킴 감독이 부임 4개월 만에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히며 팀을 떠난 것. 사유는 가족과 관련된 개인 사정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헨 킴 감독은 페퍼저축은행 감독으로서 공식적인 데뷔전을 치르지도 않은 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이로써 새 사령탑과 함께 반등을 노렸던 페퍼저축은행의 꿈은 단숨에 물거품이 됐다.
다시 감독석이 공석이 된 페퍼저축은행은 이경수 수석코치의 지휘 아래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빠른 시일 내에 국내외 적합한 후보군을 검토해 신임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새 시즌 준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3 KOVO컵까지 약 1달, 2023-24시즌 정규리그 개막까지는 약 3달여의 시간만이 남아 있다. 다가오는 시즌의 전력 구상을 마친 아헨 킴 감독이 갑작스레 떠난 만큼 팀 재정비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개막 전부터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넘치는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이 짧은 기간 내 재정비를 마치고 다가오는 시즌을 무탈히 치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