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36)이 결국 UFC 챔피언 꿈을 접었으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찬성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스타디움 'UFC 파이트 나이트: 할로웨이 vs 코리안 좀비' 메인 이벤트에서 맥스 할로웨이(31, 미국)에 3라운드 23초 만에 KO패했다.
정찬성은 3라운드 전에도 거의 패배 직전까지 몰렸었다. 큰 펀치를 허용하면서 다리가 풀렸고, 그대로 래프리 스톱이 선언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며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정찬성은 빠르게 그라운드 하위 포지션으로 전환한 데 이어 초크 기술을 버텨내며 다시 기회를 엿봤다.
위기를 넘기며 새로운 그라운드를 맞이하자 거세게 공격을 시도했다. 데미지를 입고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카운터를 맞고 쓰러졌다.
패배 직후 정찬성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그만하겠다. 나는 챔피언을 목표로 했던 선수다. 상위 랭커에게 이기지 못했기에 냉정하게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팬들에게 큰절을 했다.
정찬성은 UFC 최고의 명승부 제조기로도 익히 알려졌다. 그는 UFC 옥타곤에서만 통산 전적 7승 5패를 기록했다. 두 번 타이틀매치를 치렀고, UFC 페더급 랭킹 3위까지 올랐다.
경기 시작 7초 만에 KO승을 거둔 적도 있으며, UFC 역사상 최초로 트위스터 기술로 경기를 끝내기도 했다. 더불어 혈전 끝에 믿기 힘든 버저비터 KO패를 당하기도 했었다. 경기 성적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화끈한 '코리안 좀비'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2010년 처음으로 UFC 무대에 입성한 정찬성은 곧바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UFC 페더급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2012년 '폭군 챔피언' 조제 알도에게 도전했다. 당시 패했으나, 잘 싸웠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군 복무가 그의 발목을 잡았는데, 정찬성은 전성기 때 군 복무로 오랫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바 있다.
정찬성은 할로웨이와의 경기에서도 명승부를 만들어 냈다. 경기 초반부터 물러서지 않고 날카로운 타격을 펼쳐 할로웨이의 전진을 막았다. 2라운드에서는 놀라운 회복력과 방어력으로 패배 수렁에서 직접 빠져나옴으로써 '코리안 좀비'의 저격을 또 증명했다. 비록 3라운드에서 패배로 끝났지만, 지친 육체를 지배한 정신 무장으로 투혼을 불태웠다.
지금까지 역사상 UFC에서 이 정도로 인정받은 한국 선수는 없었다.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과 캐릭터를 얻을 정도로 전 세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남다른 끈기로 팬들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 역시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UFC 챔피언의 꿈을 끝내 이루지는 못했으나, UFC 은퇴전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아로새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