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남자 단식 준결승전 진출자가 모두 가려졌다.
현지시간 6일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8강전에선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닉 키리오스(호주)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전날 준결승전 진출을 확정지은 캐머런 노리(영국)과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까지, ‘최후의 4인 명단’이 완성됐다.
나달은 이날 ‘부상 투혼’을 펼쳤다. 상대는 미국의 테일러 프리츠였다. 지난 3월 마스터스 1000 BNP 파리바오픈 결승전에서 나달을 꺾었던 바로 그 선수다.
나달은 첫 세트를 프리츠에게 내줬다. 이어 2세트 도중엔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위기가 찾아오는 듯했지만 코트로 돌아온 나달은 강력한 스트로크를 이어가며 다시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2세트를 따냈다.
3세트 들어선 나달이 본격적이 힘이 달리는 듯한 모양새였다. 프리츠가 결국 3세트를 챙겼고, 4세트를 다시 나달이 가져가며 두 선수는 한 차례씩 승리를 주고 받았다.
나달은 치열했던 마지막 세트에서 프리츠를 누르며 최종 3-2(3-6, 7-5, 3-6, 7-5, 7-6<10-4>)로 설욕전에 성공했다.
키리오스는 이날 칠레의 크리스티안 가린과 맞붙었다. 그는 세 세트를 연달아 이기며 3-0(6-4, 6-3, 7-6<7-5>)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올해 스물일곱 살인 키리오스가 그랜드 슬램 대회들의 남자 단식 준결승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4년 윔블던, 그리고 이듬해 호주 오픈에서 각각 8강에 진출한 게 그간의 최고 성과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관중석을 향해 침을 뱉고 심판에게 비속어를 내뱉는 등 기행으로 두 차례 벌금 징계를 받았다. 앞서 16강전에서 승리한 직후엔 윔블던 복장 규정을 어기고 빨간색 운동화와 모자를 착용해 또 다시 눈총을 샀다. 윔블던은 선수들에게 의상을 비롯한 모든 소품을 하얀색으로 통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키리오스의 행동이 문제가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협회를 두고 “썩었다(Corrupt)”고 지적한 사건은 유명하다. 지난 2019년엔 4주 출전 금지 처분까지 받았다.
한국 언론들은 키리오스에게 ’코트의 악동’이라는 다소 무난한 수식어를 붙여 줬지만, 해외 테니스 팬들 사이에선 그의 공격적인 행동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달과 키리오스는 현지시간 8일 오후 준결승전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