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의 벽은 높았고, ‘테니스 종주국’ 영국은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다.
현지시간 5일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선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이 열렸다. 이날 이탈리아의 신예 야닉 시너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3(7-5, 6-2, 3-6, 2-6, 2-6)으로 역전패했다.
시너는 2001년생으로 곧 스물한 살이 된다. 지난해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른 데 이어 이번 윔블던에서 8강 티켓을 따내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현 세계랭킹은 13위다.
이날 경기에서 시너는 첫 두 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경기 초반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선 조코비치의 폭발적인 페이스에 본격적으로 휘말렸다. 결국 세 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준결승전 문턱 앞에서 조코비치에게 무릎을 꿇었다. 한 편의 대역전극이었다.
조코비치는 지난 2018년 이래 출전한 모든 윔블던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던 상황이었다.
경기 초반 시너의 약진에 이 기록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잠시 흘러나왔지만, 역시나 조코비치는 이날 경기로 윔블던 승리 기록을 한 줄 더 추가했다. 어느덧 26연승이 됐다. 윔블던 4강 진출만 열한 번째다.
데이비드 고핀(독일)과 캐머런 노리(영국)의 맞대결에선 영국이 웃었다.
노리는 첫 세트를 고핀에게 내주고 두 번째 세트를 챙긴 데 이어, 3세트와 4세트에서도 고핀과 한 차례씩 승리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5세트에서 7-5로 이기며 최종 3-2, 아찔한 승리를 거뒀다.
노리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입을 뗄 수조차 없다”며 “이토록 훌륭한 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여기까지 오게 돼 너무나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핀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는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며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다. 이번 성과는 노리의 윔블던 출전 사상 최고 기록이다.
경기를 지켜보던 영국 팬들과 중계진은 ‘우승컵이 영국으로 돌아온다’는 뜻의 응원 구호 “It’s Coming Home!”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사실 노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자랐다.
노리의 준결승전 상대는 조코비치다. 두 사람의 경기는 현지시간 오는 8일 오후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