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가 공동 주최한 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최후의 4인 중 배당률이 가장 높던 샘 번스(미국)가 우승했고, 최저 배당률을 달리던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준결승전에서 진 데 이어 3위 결정전에서 패배하며 4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컨트리 클럽(파71)에서 닷새에 걸쳐 진행됐다. 한국시간 27일 오전 열린 준결승전에선 샘 번스와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와 캐머런 영(미국)이 각각 맞붙었다.
준결승전 두 경기 결과 모두 도박사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세계 랭킹 15위 번스는 세계 랭킹 1위 셰플러를 상대했는데, 대부분의 도박사들은 셰플러의 승리를 점쳤다. 셰플러가 이미 올 시즌 2승을 올릴 정도로 감이 좋았던 반면 번스는 최근 컷 탈락을 거듭하며 고군분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스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샷감으로 셰플러를 압박했다. 초반엔 3홀 차로 앞서가다 중반 들어 잠시 역전당했지만, 파4 13번 홀부터 다시 승리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팽팽한 접전 속에서 경기는 18홀을 넘어섰다.
파4 20번 홀까지 동점 파가 이어졌고, 승부는 파4 21번 홀에 다다라서야 갈렸다. 셰플러가 두 번째 샷 방향을 잘못 설정하며 버디 기회를 놓친 사이 번스가 퍼팅으로 버디를 잡아냈다.
맥길로이를 상대한 영은 아직 PGA 투어 타이틀이 없다. 그럼에도 전직 세계 랭킹 1위 맥길로이에게 밀리지 않는 기량을 보여줬고, 19홀 만에 1홀 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또 하나의 반전이었다.
번스와 영의 결승전은 번스의 압승으로 끝났다. 초반엔 영이 먼저 버디를 잡아내며 우세했지만, 번스가 파4 5번 홀부터 4홀 연속으로 줄버디를 몰아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번스는 이후에도 버디 3개를 추가했고, 그러는 사이 영은 계속해서 파에 그쳤다. 번스는 파4 13번 홀에서 6홀 차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 지었다.
번스는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개인 통산 5번째 우승컵과 함께 상금 350만 달러(약 45억 5,000만 원)도 챙겼다. 번스는 PGA 투어 역사상 마지막 매치플레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있다. PGA 투어가 내년부터는 이 대회를 열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