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고진영은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섰다. 그런가 하면 그의 이번 우승으로 한국은 LPGA 투어 18개 대회 무승 수렁에서도 탈출했다.
한국시간 지난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치러진 마지막 라운드에서 고진영은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쳐냈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2위 넬리 코다(미국)와는 2타 차였다.
이날 우승은 고진영에게 그 어떤 타이틀보다도 값졌을 듯하다. 그는 지난해 3월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래 손목 부상으로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고진영은 지난해 7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에 오른 이래로는 LPGA 투어 6개 대회에서 컷 탈락 세 차례, 기권 한 차례 등 부진한 성적을 냈다. 그러는 사이 세계 랭킹 1위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특히 지난해 한국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간만에 잔디를 밟으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첫날 무려 8오버파를 적어내는 등 이틀간 15오버파를 치고 짐을 쌌다.
고진영의 부진과 더불어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다른 한국 선수들도 좀처럼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한국 여자 골프계를 둘러싼 우려가 이어졌다.
그런 와중 고진영이 전날 3라운드에서 단독 선수로 치고 올라오면서 무관 행렬을 끊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드리웠고, 고진영은 마지막 라운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며 팬들의 기대에 보답했다.
고진영은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LPGA에서 거둔 14승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우승”이라며 안도감을 토로했다. 지난 시즌 슬럼프에 대해선 “작년에 성장하는 시간이 있어서 이번 우승도 나올 수 있었고, 남은 시즌 어떻게 더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고진영은 이날 우승으로 LPGA 투어 개인 통산 14승을 기록하는가 하면 우승 상금 27만 달러(3억 5000만 원)도 챙겼다.
나머지 한국 선수들 중에선 김효주가 공동 8위로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김효주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69타를 적어내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마감했다. 이어서 지은희는 공동 11위, 김아림은 공동 14위, 최혜진과 안나린은 나란히 공동 20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