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나서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이번 주 마음가짐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이래 LPGA 투어에서 18경기 연속으로 무관 행진 중이다. 이 흐름을 끊을 유력한 대회가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펼쳐진다.
한국시간 다음 달 2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엔 고진영과 전인지, 김효주, 최혜진 등 12명이 도전장을 냈다. 많은 한국 팬들은 돌아온 고진영의 기량을 주시하고 있다.
이 대회는 대대로 한국 선수들의 텃밭으로 여겨졌다. 지난 2015년 박인비의 우승을 시작으로 2016년 장하나, 2017년 박인비, 2019년 박성현, 2021년 김효주에 이어 지난해엔 고진영이 정상에 섰다.
고진영은 지난 시즌 첫 대회로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을 선택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 대회 우승 직후 치러진 JTBC 클래식에서 공동 4위, 같은 해 4월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6월 US 여자오픈에서 4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손목 부상으로 한동안 부진을 겪었다.
고진영은 지난해 8월 들어 컷 탈락만 세 번, 기권 한 번 등 불명예스러운 스코어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투어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공동 33위 마감하며 그나마 아쉬움을 달랬다.
팬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고진영 재활 훈련에 매진했고 지난 1월 2023시즌 개막전이자 우승자들의 ‘왕중왕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도 불참하며 몸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지난주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간만에 투어 잔디를 밟았다. 그리고 마지막 날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무관 행진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런가 하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남자 선수들은 이번 주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출격한다. 김주형과 임성재, 이경훈, 김시우, 안병훈, 그리고 올 시즌 PGA 루키 김성현의 활약도 예고돼 있다.
다만 이 대회엔 최근 몇 달 새 폭발적인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스페인의 최강자 존 람을 비롯해 불과 얼마 전까지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던 북아일랜드의 로리 맥길로이, ‘메이저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 등 강자들이 대거 출전한다.
한국 선수들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의 기대가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