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프리뷰] 겨우내 숨 고른 프로들, 다시 잔디 위로...2024년 PGA·LPGA 투어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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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 Yun Lee

최종수정 2024.01.01.13:00기사입력 2024.01.01.13:00

2024년에도 프로골프의 세계에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펼쳐질 주요 대회와 새해 눈여겨봐야 할 선수들을 꼽아봤다.

1.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4년 PGA 투어는 여러 변화를 맞는다. 두 해에 걸쳐 한 시즌이 진행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1월부터 12월까지, 온전한 1년간 토너먼트 스케줄이 진행된다. 시즌을 부르는 이름도 ‘2023-24시즌’ 대신 ‘2024시즌’이 됐다. 이를 위해 PGA 투어는 지난해 하반기 ‘가을 시리즈’를 신설해 토너먼트 일정을 정비했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대회들을 포함해 총 39개 대회가 마련됐다. 여기엔 올해 신설된 시몬스 뱅크 챔피언십도 포함된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아칸소, 하와이 등 미국 17개 주를 비롯해 멕시코,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영국 스코틀랜드 등이 투어 무대로 지정됐다. 

1월엔 하와이로··· 한국 선수들, 누가 낭보 들고 올까

새해 첫 대회의 영광을 안게 된 건 하와이에서 열리는 더 센트리다. 전년도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불렸다. PGA 투어가 LIV 골프에 대항하기 위해 지정한 시그니처 이벤트(특급 대회) 중 하나다.

그런 만큼 우승자에겐 페덱스컵 랭킹 포인트 700점이 주어진다. 다른 대회들이 300~500점을 내건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더 센트리의 위엄을 가늠할 수 있다.

곧이어 치러지는 소니 오픈 인 하와이는 특급 대회는 아니지만 한국 골프팬들의 시선이 쏠릴 만한 대회다. 지난해 김시우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덕이다. 

김시우가 소니 오픈 우승컵을 들고 있다.김시우가 소니 오픈 우승컵을 들고 있다.Harry How

소니 오픈을 통해 PGA 투어 개인 통산 4승을 달성한 김시우는 새해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다. 김시우는 지난 시즌 페덕스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부터 투어 챔피언십까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리즈에 출전해 상금을 쓸어모았다. 

미국 현지시간 3월 14일 플로리다 TPC 소그래스에서 개막하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선 임성재의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이번 대회엔 페덱스컵 포인트 750점이 걸려 있다. 

임성재는 지난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종 공동 6위로 마감했다. 첫날 3오버파로 출발했음에도 이어진 사흘간 역전을 거듭하며 순위를 끌어 올렸다. 올해는 한층 더 나아진 코스 궁합을 선보일 전망이다.

다만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여전히 건재하다. 그는 약 한 달 전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2023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지난 8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선 공동 6위에 올랐다. 

스코티 셰플러스코티 셰플러Warren Little

LIV 골프로 ‘엑소더스’ 우려도

또 다른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는 올해도 4월에 치러진다. 지난 한 해 치열한 대결을 통해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낸 선수들이 격돌한다. 

마스터스 디펜딩 챔피언 존 람(스페인)은 2022-23시즌에만 우승컵 4개를 추가하며 PGA 투어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PGA 투어 주요 대회가 마무리 된 이후엔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를 누볐는데, 고국에서 치러진 에스파냐 오픈과 이어진 투어 최종전 DP 월드투어 챔피언십에서 각각 공동 9위, 공동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람이 올해 마스터스를 앞두고 많은 시선을 받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지난해 람은 LIV 골프 이적자인 브룩스 켑카(미국) 등을 누르며 PGA 투어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올해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존 람이 마스터스 챔피언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입고 있다.존 람이 마스터스 챔피언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입고 있다.Ross Kinnaird

람 역시 최근 LIV 골프로 이적을 감행했다. 일각에선 그가 역대 최고 수준의 계약금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PGA 투어 통산 11승을 달성한 현존 최고 스타 람의 이적으로 PGA 투어에선 새해 이적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스터스 역시 LIV 골프 선수들을 잔뜩 떠안고 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올해 마스터스에 한국에선 김시우, 김주형, 임성재가 올해 마스터스 출전을 확정했다. 지난 한 해 DP 월드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인 호주 교포 이민우도 도전장을 냈다.

‘상금왕’ 빅토르 호블란, 올해도 우승컵 사냥 나선다

노르웨이 선수 호블란이 출전하는 대회들도 중계 경쟁이 치열할 듯하다. 호블란은 페덱스컵 투어 챔피언십을 비롯해 지난 시즌 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3710만 달러(약 482억 원)를 벌었다. 이 중 1800만 달러는 ‘돈 잔치’로 불리는 페덱스컵 우승으로 거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호블란은 상금 랭킹에서 LIV 골프 선수들을 대거 눌렀다. LIV 골프는 거액의 이적료와 상금을 내세워 람 같이 굵직굵직한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호블란 역시 최근 LIV 골프 이적설에 휩싸였는데, 그는 “현재 PGA 투어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호블란이 페덱스컵 우승컵을 들고 있다.호블란이 페덱스컵 우승컵을 들고 있다.Jason Allen/ISI Photos

오는 6월 오하이오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 클럽에서 열리는 메모리얼 토너먼트 역시 호블란이 디펜딩 챔피언 타이틀을 꿰찬 대회다. PGA 투어 특급 대회이기도 하다. 김시우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4위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10년 만에 US 오픈 맞이하는 파인허스트

필드를 사랑하는 골프팬들은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리조트를 주목한다. 메이저 대회 US 오픈이 오는 6월, 10년 만에 다시 파인허스트 2번 코스에서 열린다.

파인허스트는 골프 코스 설계의 대가인 도널드 로스의 1907년 작품이다. 그가 설계한 수많은 코스들 중 섬세함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코스이기도 하다. 모래와 그래스 등 코스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제각기 역할을 갖고 있다. 

그 중 2번 코스는 전체 8개 코스 중 골프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꼽힌다. 파인허스트는 프라이빗 코스들과 달리 일반 골프팬들에게도 문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컨트리 클럽에서 열린 US 오픈에선 윈덤 클라크(미국)가 10언더파로 우승하며 상금 360만 달러(약 46억 9000만 원)를 챙겼다.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와 셰플러,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각각 1타 차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도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예정이다.

윈덤 클라크윈덤 클라크Richard Heathcote

한편 지난해 이 대회에선 김주형이 공동 8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당시 김주형은 첫날 3오버파를 적어내며 일찌감치 우승 경쟁권에서 멀어지나 했지만 셋째 날 4타를 줄이는 등 이어진 사흘 내내 언더파를 만들며 최종 4언더파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김주형의 ‘메이저 도전기’에도 물꼬가 트인 듯하다. 김주형은 한 달 뒤 치러진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김주형김주형David Cannon

2.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도 LPGA 투어는 ‘왕중왕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한 해를 시작한다. 플로리다에서 치러지는 이 대회에선 지난 2년간 LPGA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다. 셀러브리티들이 나서는 프로암 대회도 함께 치러진다.

한국 선수들, 새해 첫 대회 제패 노린다

지난해 대회에선 한국 선수들이 한 명도 출전하지 않은 채 브룩 헨더슨(캐나다)가 4타 차 우승을 거뒀다. 올해는 고진영과 유해란, 양희영이 출전을 확정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과 5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 컵에서 우승하며 전년도의 부진을 완벽히 씻어냈다. 지난해 루키로 LPGA 투어 무대를 밟은 유해란은 지난 9월 말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마침내 생애 첫 LPGA 투어 타이틀을 획득했다.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는 유해란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는 유해란Alex Slitz

그런가 하면 양희영은 지난해 11월 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27언더파로 우승하며 관록을 자랑했다. 이로써 양희영은 개인 통산 투어 5승을 달성했다.

지난 한 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 온 선수들이 많은 만큼 올해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에선 좋은 소식을 기대해 봐도 좋을 법하다.

메이저, 부와 부티에 2파전 무대 될까

지난 한 해 여자골프계 뉴스를 지배한 건 릴리아 부(미국)와 셀린 부티에(프랑스)였다. 두 사람 모두 이민자 태생으로, 제각기 4승을 거두며 LPGA 투어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부는 2023시즌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과 AIG 여자오픈을 비롯해 혼다 LPGA 타일랜드, 아니카 드리븐 바이 게인브릿지 앳 펠리컨에서 정상에 섰다. 

릴리아 부릴리아 부Orlando Ramirez

부티에 역시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1승을 거뒀고, 스코티시 여자오픈과 메이뱅크 챔피언십, LPGA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3승을 추가했다. 메이저 5개 우승컵 중 3개를 이들 두 사람이 따낸 셈이다.

올해 치러지는 메이저 대회들을 앞두고도 부와 부티에의 활약에 많은 기대가 쏠려 있다. 이번 시즌에도 메이저 시리즈의 문은 4월 셰브론 챔피언십이 연다. 

이어 5월 US 여자오픈이 치러지고,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그 뒤를 잇는다. 7월 중순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CPKC 여자오픈은 같은 달 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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