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전주 KCC)가 본인의 기록의 갱신하며, KBL 역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지난 23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맞대결에서 22득점 15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팀 연패 탈출을 견인한 라건아는 이날 포함 총 6009리바운드 기록, KBL 역사상 최초 6000리바운드를 작성했다.
라건아는 2012년 울산 현대모비스 소속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이름으로 KBL에 데뷔했다. 첫 해부터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이끈 그는 이후 2회 연속 현대모비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KBL 역사상 유일한 쓰리핏(3회 연속 우승) 기록을 보유한 선수가 됐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울 삼성을 오가며 맹활약을 펼쳤던 그는 2018년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한국 국적을 취득, 그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농구 국가대표로 태극마크까지 달게 됐다. 이후 현 소속팀인 KCC로 이적한 라건아는 KCC가 2020/21 KBL 정규리그 우승을 하며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다 우승(4회)이라는 기록까지 남겼다.
굵직굵직한 기록을 남기며 KBL 최고 선수가 된 라건아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전 농구선수 서장훈의 기록을 깨며 농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라건아 이전에는 KBL에서 리바운드 5000개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서장훈(5235개) 뿐이었다.
KBL은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지만 서장훈의 기록을 깼던 외국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국내선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라건아는 KBL 데뷔 후 10년도 채 안돼 이 기록을 깨며 7000리바운드까지 바라보고 있다.
올해 한국 나이로 35살이 된 라건아는 올 시즌 중반까지 ‘에이징 커브가 온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보란듯이 라건아는 이를 이겨내 KCC를 이끌고 있으며, 꿋꿋하게 달린 끝에 6000리바운드까지 장식했다.
또한 라건아는 서장훈이 기록한 KBL 내 최다 득점 13,231점을 갱신할 유일한 선수가 됐다. 현재 10,335득점을 올린 라건아는 KBL 역대 다섯 번째로 1만 득점을 달성했고, 서장훈, 애런 헤인즈(10,878득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득점을 올렸다.
서장훈과 2,896점 차의 간격이 있지만, 선수 생명이 길어진 만큼 라건아가 2-3시즌 안에 이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라건아가 ‘제한적인 외국인 선수’로서 KBL을 뛰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KBL은 라건아에게 국내선수 신분을 적용할지, 외국인 신분을 적용할지가 다시 논의된다.
KBL 내에서 외국인 선수는 한 명만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른 후반을 바라보는 라건아에게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KBL의 판단에 따라 라건아의 향후 미래뿐만 아니라 리그 역사 또한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