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데이원 점퍼스가 한국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퇴출당했다.
한국프로농구(KBL)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제28기 제6차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데이원스포츠의 퇴출을 결정했다. 데이원스포츠가 구단을 운영한지 단 한 시즌 만에 일어난 일이다.
캐롯 원년 구단인 오리온이 지난해 구단을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계열사 데이원자산운용에 매각,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은 구단의 첫 네이밍 스폰서로 캐롯손해보험과 계약하면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고양 캐롯 점퍼스로 재창단됐다.
하지만 인수 시점부터 데이원의 난항이 시작됐다.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캐롯 인수 전부터 자금난을 겪고 있었고, 시즌 도중 구단 운영조차 힘든 상황에 치닫으면서 등록회비 잔여분 미지급, 급기야 지난 해 말부터 선수단 등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좋지 않은 이슈로 끊임없이 캐롯의 이름이 언급되자, 지난 달 시즌이 마무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캐롯의 네이밍 스폰서인 캐롯손해보험 측에서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전격 해지, 고양 캐롯 점퍼스는 고양 데이원 점퍼스로 명칭이 변경됐다.
구단 명칭이 변경돼도, 선수단 및 구단 운영 인력 임금 체불, 오리온 인수 대금 미납 등 재정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고 지난 15일까지 각종 부채를 해결하라는 통보에도 데이원은 반응을 하지 못해, 결국 다음날 16일 KBL에서 데이원을 제명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허재 데이원 대표와 KBL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데이원은 오리온 인수 전부터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농구 대통령’ 허재를 대표로 내세워 KBL과 나머지 9개 구단을 설득, 결국 데이원의 KBL 가입이 승인됐다.
결과는 한 시즌만에 KBL 퇴출. 허 대표를 믿고 따라온 선수단과 구단 직원들에게 이 소식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가 없다.
KBL은 데이원스포츠의 제명과 함께 허재, 박노하 데이원 대표에게 행정적, 법률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첫번째 조치로 허재, 박노하 대표는 향후 KBL 구단의 단장 및 대표, 지도자 등의 모든 활동을 불허하기로 했다. 사실상 영구 제명과 다름없다.
하지만 KBL 또한 데이원 사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부실기업인 데이원스포츠가 리그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KBL의 최종적인 결정이 있었기 때문.
1996년 10월 한국프로농구 출범 이후 1997-98 시즌부터 10개 구단 체제로 운영됐다. KBL은 10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기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10개 구단 체제를 이어가기 위해 결국 지난 해 부실기업 리그 가입을 승인하게 됐다.
KBL은 앞으로 한 달 안에 데이원 인수 기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다음 달 20일까지 인수 기업을 찾지 못한다면 다음 달 21일 데이원 선수단 18명을 대상으로 특별 드래프트를 실시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 경우 한국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2023-24시즌은 9개 구단 체제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