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비수들은 나에게 마네킹과 같습니다”
창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직전, 이관희(LG)가 서울 SK 수비를 향해 한 발언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최성원, 최원혁, 오재현 등 이들은 졸지에 각각 마네킹 1, 2, 3이 됐고, 매스컴은 이들을 ‘마네킹즈’ 혹은 ‘마네킹들’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이관희의 발언 이후 SK 수비는 더욱 견고해졌고, 마네킹들의 활약에 LG는 SK 상대로 단 1승도 얻지 못한 채 4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 탈락하게 됐다. 결국 이관희의 발언은 SK 선수단에 자극을 준 셈이 된 것이다.
‘마네킹 1’인 최성원은 수비적 성향이 강한 선수며 리딩 가드로서의 역할도 가능해, 김선형의 리딩 부담을 덜어주곤 한다.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많은 득점을 올리진 못하지만, 빠른 스피드로 상대 팀 가드 에이스를 괴롭히며 실책을 유도해, 팀의 공격 찬스를 만들어 낸다.
변준형(KGC)이 과감하게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최성원의 수비다. 최성원은 KGC 공격의 시발점인 변준형을 밀착마크 하면서 변준형의 슛과 돌파를 저지하며 시리즈 내내 변준형을 봉쇄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비형 가드들과 마찬가지로 최성원은 득점 기록은 높지 않다. 2017/18 시즌에 데뷔한 최성원은 올 시즌 평균 6.92득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자체 최고 기록일 정도로 슛 찬스를 많이 가져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에서 그의 플레이는 달랐다. 올 시즌 리그 평균 6점대인 최성원은 4강 플레이오프 3경기 평균 10득점, 챔피언결정전 5경기 평균 9.40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최성원은 공격 상황에서도 과감한 모습을 보인다.
SK 수비 핵심 최성원과 함께 변준형 봉쇄를 함께하는 선수가 ‘마네킹 3’ 오재현이다. 오재현은 2020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SK에 합류하며, 그 시즌 KBL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KBL 역사상 최초로 2라운드 지명 선수가 신인상을 받으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다음 시즌인 2021/22 시즌, 오재현의 플레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초반에는 공격력과 수비력 모든 부분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핵심이 되는 듯했지만 시즌이 흐를수록 슈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평균 5.89 득점, 2.30리바운드를 기록했던 선수가 해당 시즌엔 평균 3.45득점, 1.38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오재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올 시즌 본인이 가장 잘하는 농구를 했다. 재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넓은 활동량을 선보이며 식스맨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슛 찬스가 나면 과감하게 슛을 올리며 득점까지 이어가, 올 시즌 평균 6.59득점, 2.30리바운드로 프로 데뷔 시즌의 기록을 넘겼다.
슈팅에 자신감을 붙은 오재현은 시리즈 내내 과감하게 슛을 올렸으며,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SK에 승리를 가져다준 결정적인 3점포를 올리며, 3점포 4방으로 14득점 기록,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마네킹즈의 마지막인 ‘마네킹 2’ 최원혁은 최성원과 오재현에 비해 공격력이 다소 약하다. 하지만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팀의 살림꾼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찰거머리 수비로 상대 팀 돌파를 제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최원혁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SK에 유독 강한 렌즈 아반도(KGC)의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으며 아반도의 슛을 제어했고, 완전히 봉쇄당한 아반도는 야투 성공률 16.7%(2/12)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최성원, 최원혁, 오재현의 플레이는 김선형과 자밀 워니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이 선수들 없이 SK의 트랜지션 게임은 완성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