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다.
정규시즌 6라운드를 9연승으로 마무리한 SK는 이 기세를 플레이오프까지 이어가 6강과 4강을 단 1패없이 종결 짓고,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에 진출했다. 2년 연속 우승을 바라보는 SK에겐 원정 1차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72%(18/25)였기 때문에 1차전에서 기세를 잡고 가야 한다. 몰빵 농구를 추구하는 SK와 공수조화를 이룬 KGC 간의 맞대결에선, 선수들 간의 밸런스가 좋은 홈팀 KGC가 1차전 승리에 유리한 상황.
하지만 SK엔 KGC의 밸런스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선형이다. 지난 25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김선형은 플로터로 14득점을 올리며 22득점 12어시스트를 기록해, 또다시 김선형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과시했다.
플로터는 농구에서 레이업 슛처럼 올라가다가 한 박자 빠르게 훅슛처럼 한 손으로 던져놓는 슛으로 정확성만 높으면 막기 힘든 슛이다. 플로터의 달인인 김선형은 오마리 스펠맨과 오세근 같은 장신 선수 앞에서 이 슛을 연달아 넣으며 KGC 선수들을 맥 빠지게 만들었고, 결국 SK 승리까지 이끌었다.
김선형은 KGC와의 경기를 끝낸 후, “내가 공격을 많이 하긴 하지만, 체력 소모가 적은 플로터를 많이 쏘다보니 지금 상황에서는 체력적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말하며, 플로터에 대한 자신감을 함께 표했다.
빠른 스피드로 코트 위를 종횡무진하며 KBL 최고 선수가 된 김선형, 올 시즌 한국 나이로 36살이기 때문에 기량 하락은 피해갈 수 없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보란듯이 예상이 빗나갔다. 김선형은 빠른 스피드에, 템포 조절 능력까지 더하며 동료를 활용한 공격 전개에도 능해졌다.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 시즌 어시스트 1위(6.76개) 달성, 데뷔 시즌 이후 처음으로 전경기 출장, 국내 선수 득점 3위(16.28점) 등 기록면에서 자체 기록들을 하나 둘씩 갈아치우며 ‘제2위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기 활약에 힘입어 5라운드와 6라운드 MVP 수상, 시즌 베스트5에 들었고, 마침내 정규시즌 국내선수 MVP(최고선수)를 수여했다. 올 시즌 수상한 리그 MVP는 2012/13시즌 MVP 수상 이후 10년 만이다.
김선형의 기세는 그칠 줄 몰랐다. 6강 플레이오프(이하 PO)에서는 KCC 상대로 1-3차전 모두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국내선수 플레이오프 연속 경기 더블더블 순위에 서장훈과 함께 공동 2위에 오른 것.
1위 하승진(당시 KCC/5경기)과 2위 서장훈(당시 SK/3경기)은 득점-리바운드 부분으로 연속 더블더블을 달성했지만 김선형은 외국 선수 포함 역대 최초로 득점-어시스트로 3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SK식 ‘몰빵 농구’, 그 중심에 김선형이 있다. SK의 공격 시작점은 대부분 김선형부터고, 김선형이 있기 때문에 SK는 몰빵 농구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역대급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자체 기록을 넘어서는 김선형이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 KBL 팬들의 이목을 주목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