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뉴스] 1년 만에 간판 내리는 캐롯, 그러나 '투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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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ji Kim

최종수정 2023.04.21.13:23기사입력 2023.04.21.13:23

“1년 동안 정말 행복했다. 농구는 계속될 것이고, 우승을 위해 계속 훈련할 것이다.”

2022/23 시즌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을 마친 김승기 고양 캐롯 감독이 선수단을 향해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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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캐롯은 28승 26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이하 PO)에 진출했다. 시즌 내내 재정난에 시달리며 PO 진출하고도 급여조차 받지 못한 캐롯 선수단은 4강 PO까지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다. 

6강 PO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대결을 펼친 캐롯은 1차전을 15점차 패배로 마무리했다. 1차전 승리가 4강 PO 진출로 이어질 확률은 94%였기에 캐롯의 4강 PO 진출 확률은 희박했다. 하지만 캐롯은 투혼을 발휘하며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고, 결국 3승 2패로 마무리하며 4강 PO에 진출했다.

5경기를 꽉 채우고 4강 PO에 진출한 캐롯이 올 시즌 막강한 KGC 상대로 1승을 거두는 게 쉽지 않아 보였고, 1차전은 역시나 패배. 캐롯은 역대 최저득점(43득점), 최다점수 차(56득점차) 패배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팬들은 선수단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선수들은 팬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2차전을 14점차 승리로 마무리했고, 캐롯의 에이스로 성장한 이정현은 팬들에게 “오늘 응원에 감사하게 생각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후 체력적 한계에 부딪치며 3, 4차전은 패배로 마무리했지만 캐롯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4강 PO를 마친 문성곤(KGC)은 캐롯 선수들을 향해, 존경의 의미를 담아 “리스펙트”라 말했고, 양희종(KGC) 또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다”고 답했다.

고양 캐롯 소속 선수 전성현고양 캐롯 소속 선수 전성현Takashi Aoyama

창단 시점부터 캐롯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캐롯 원년 구단인 오리온이 지난 해 구단을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계열사인 데이원자산운용에 매각,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은 구단의 첫 네이밍 스폰서로 캐롯손해보험과 계약하면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지금의 고양 캐롯 점퍼스로 재창단됐다.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캐롯 인수 전부터 자금난을 겪었고, 시즌 도중 구단 운영조차 힘든 상황에 치닫으면서 등록회비 잔여분 미지급, 급기야 지난 해 말부터 선수단 등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좋지 않은 이슈로 끊임없이 ‘캐롯’이란 이름이 언급되자, 지난 달 시즌이 마무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캐롯의 네이밍 스폰서인 캐롯손해보험 측에서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해지, 다음 시즌부터 KBL에서 '캐롯'이란 이름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4월 19일 안양 KGC와의 4강 PO 4차전을 끝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캐롯’이란 간판이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음 시즌 캐롯은 새로운 주인과 함께 KBL에 합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농구는 계속된다"는 김승기 감독의 말처럼 캐롯의 이름이 바뀌더라도 캐롯의 투혼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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