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개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미국, 일본, 대만 3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현지 적응보다 중요한 것으로 선수들의 공인구 적응이 꼽히고 있다.
1. WBC 공인구, 무엇이 다른가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주관하는 대회로 MLB의 공인구인 롤링스사 제품을 공인구로 사용한다. 반면 KBO에서는 스카이라인의 공을 공인구로 사용한다.
겉보기에는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두 공인구가 사실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WBC 공인구의 가죽은 솔기가 낮아 KBO 공인구에 비해 공이 미끄럽다. 또한 가죽을 연결하는 실밥의 높이가 낮아 공을 챌 때 공이 덜 감긴다. 반면 KBO 공인구는 미끄럽지 않기 때문에 투구 시 더 많은 회전이 걸린다.
WBC와 KBO의 공인구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두 공인구 모두 둘레와 무게 등 국제 규격에 맞춰 생산된다. 하지만 제조사에 따라 가죽 종류, 실밥 높이 등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직접 공을 던져본 선수들의 평가는 어떨까.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처음 WBC 공인구를 접한 KIA의 투수 이의리는 “조금 크고 미끄럽고 축축한 느낌도 든다”며 “하지만 차이점이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삼성의 원태인도 “WBC 공인구가 생각보다 미끄럽지만 적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 한국 선수들의 공인구 적응 방법
이번 대회에 나서는 투수 15명 중 MLB 경험이 있는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을 제외한 13명은 모두 WBC 공인구가 친숙하지 않다. 이에 KBO 협회 차원에서 지난해 12월에 미리 WBC 공인구를 제공해 적응을 도왔다.
스프링캠프에 나선 KBO 구단들의 훈련에서도 WBC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KBO 공인구가 아닌 WBC 공인구로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 참가중인 NC의 구창모는 팀에 새롭게 합류한 외인 투수 에릭 페디와 테일러 와이드너에게 공에 대한 조언을 얻기도 했다.
두산의 곽빈도 미리 받은 WBC 공인구를 다 쓸 정도로 적응에 애를 썼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6km까지 나오는 등 공인구와 어느정도 친해지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제구가 되지는 않고 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시작한 LG의 정우영과 김윤식도 WBC 공인구로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정우영은 20개의 공을 뿌린 후 “첫 피칭인데 몸상태가 괜찮았다. 구속, 구위도 괜찮은 것 같고 잘 준비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한국은 한국시간 3월 9일 목요일 오후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호주와의 첫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