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대한민국 야구. 수비 실책과 기본기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그 여파가 KBO에까지 퍼졌다. KBO 이사회의 부실 대응과 시범경기에서 활약하던 선수의 성범죄 논란까지 겹치면서 2023년 리그 시작도 전에 KBO를 걱정하는 팬들의 따가운 질책이 계속되어 왔다.
각 팀은 총 13~14번의 경기를 통해 정규시즌 시작 전 마지막 테스트를 마쳤다. 시범경기의 성적이 정규시즌의 성적으로 직결되진 않지만 팀의 사기와 단합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4월 1일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둔 10팀의 시범경기 성적과 주요 선수들을 파헤쳐본다.
1. 한화 이글스
한화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9승 1무 3패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이기에 이번 돌풍은 팬들의 기대를 부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화는 시범경기 개막 전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선수층으로 기대를 모았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비시즌에 적극적인 투자로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 등 베테랑들과 외인 버치 스미스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평가되던 얇은 선수층을 선수 보강을 통해 극복했다.
효과는 시범경기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이태양은 6경기에 나서 7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했고 스미스는 3경기에 선발로 나서 평균자책점 1.42로 팀에 잘 녹아들었다. 노시환도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5홈런으로 장기레이스를 위한 준비를 완료했다.
2.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10승 4패로 한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때 8연승을 기록하며 단독 1위로 우뚝 섰지만 한화와의 마지막 2연전에서 연패를 기록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다인 13연패를 기록하면서 정규시즌 7위로 마무리하며 자신감이 하락한 상태였다. 스프링캠프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도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초반 6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는 달랐다.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앨버트 수아레즈가 3경기에서 각각 평균자책점 1.59, 0.69를 기록하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한화와의 2연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은 기대해볼만 한 삼성이다.
3. LG 트윈스
8승 6패를 기록한 LG는 5할 이상의 승률로 3위를 기록했다. LG는 마지막 2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원정에서 치르며 적응을 마쳤다.
LG는 지난 시즌 시범경기에서 1위를 기록했고 그 흐름을 정규시즌으로 이어가 시즌 막판 힘을 내며 2위로 마무리했었다. 다만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마지막 3경기를 연달아 패하며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눈여겨볼 선수는 서건창이다. 서건창은 지난 시즌 부진하며 FA를 신청하지 않고 팀에 잔류했다. ‘은사’ 염경엽 감독 아래서 타율(0.362)과 안타(17안타) 1위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외인 투수 아담 플럿코도 28일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5이닝 무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 피칭을 선보였다.
4. SSG 랜더스
지난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낸 SSG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5승 3무 5패를 기록하며 KT와 공동 4위에 올랐다. LG와의 마지막 2연전에서 선발투수들의 호투로 연승을 기록했다.
김광현에 이은 SSG의 2선발인 좌완 커크 맥카티는 본인의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인 27일 LG와의 경기에서 5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안타를 많이 맞기는 헀지만 중요한 순간 탈삼진으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오원석이 5이닝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1선발 김광현 외에도 강한 투수진을 보유한 SSG다.
5. KT 위즈
KT는 6승 2무 6패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홈에서는 4승 2무 2패를 기록했지만 원정에서 2승 4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KT는 유독 부상자가 많이 나와 시즌 초반이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주전 외야수인 배정대는 27일 SSG와의 경기에서 손등 부분 골절상을 입어 5~6주의 회복이 필요하다. 김민수와 주권도 부상으로 아예 시범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KT는 지난 시즌도 강백호와 윌리엄 쿠에바스 등이 개막 전 부상을 당하며 정규 리그 레이스에 큰 차질을 입어 예상과 달리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었다. KT로서는 토종 에이스인 소형준이 컨디션을 회복해 제 몫을 다해주길 바랄 것이다.
6. KIA 타이거즈
지난 시즌 70승 1무 73패로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KIA는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롯데에 6-7로 패배했다. 이로써 KIA는 5승 2무 6패로 6위가 됐다.
KIA는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 기용의 실패를 경험으로 이번 시즌은 션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를 필두로 한 강력한 선발진을 구성했다. 앤더슨은 3경기 15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적응했고 메디나도 12이닝 이상을 던지며 KBO 타자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나성범과 최형우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라 최상의 상황은 아니다. 이에 KIA 김종국 감독은 “나성범은 빨라야 리그 개막전이나 홈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뎁스 강화를 위해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좀 더 두꺼워졌고 현재까지 잘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7.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의 부임 이후 기대를 모으고 있는 두산은 5승 2무 6패로 시범경기를 6위로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9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던 두산은 새로운 외인들의 합류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투수 딜런 파일이 스프링캠프에서 타구에 머리를 맞으며 시범경기도 출전을 하지 못했다. 4월까지는 합류가 어렵다는 소식에 이승엽 감독은 개막 전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타자 호세 로하스가 예상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빠른 적응을 하고 있다. 그는 시범경기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0 1홈런에 OPS 1.119를 기록했다. 시범경기 내내 컨택 능력이 좋았던 로하스는 정규 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8. NC 다이노스
지난 시즌을 아쉬운 득점 능력으로 6위로 마무리했던 NC는 이번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8위를 기록했다.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를 KT 상대로 3-2로 승리하긴 했지만 홈에서 3승 1무 5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NC는 외인 선수 두 명이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상태다. 2선발이 예상됐던 테일러 와이드너는 28일 최종전을 앞두고 허리를 삐끗하며 등판을 취소했다. 와이드너는 이번 부상으로 개막시리즈 2차전에도 선발로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트리플A 홈런왕 출신이었던 제이슨 마틴은 시범 경기 내내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그는 9경기 25타수에서 3안타밖에 만들지 못하면서 타율 0.120으로 정규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9. 롯데 자이언츠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고승민의 끝내기 투런포로 기분좋은 승리를 거둔 롯데는 9위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에는 64승 4무 76패로 8위에 머물렀다.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 박세웅, 나균안, 한현희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순서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발이기에 더욱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수 서준원이 성범죄에 연루되며 방출돼 팀 내에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노진혁과 전준우, 잭 렉스 등 중심 타선이 시범경기에서 답답한 공격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도루 꼴찌를 기록했던 롯데가 올해는 1번과 9번에 발이 빠른 선수를 배치함으로써 발야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서튼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1번에 안권수, 9번에 황성빈을 기용하면서 적극적인 주루와 도루를 주문하며 정규리그를 대비했다.
10. 키움 히어로즈
지난 시즌 SSG의 유일한 대항마 2위를 달리다 시즌 막판 3위를 차지했던 키움은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거의 매경기 수비진의 실책이 나왔고 시범경기 최종전에서마저 내야진의 실책으로 실점을 내줘 불안한 출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새로운 외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후라도는 두산과의 최종전에서 5이닝 6피안타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고 이전 2경기에서도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키움은 시범경기 12이닝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토종 에이스 안우진과 평균자책점 1.50의 에릭 요키시에 더불어 후라도까지 추가되며 강력한 선발진을 구성해 이번 시즌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키움의 에이스인 이정후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이정후가 떠나기 전 우승을 위해 키움은 애디슨 러셀과 다시 한 번 계약을 체결했다. 러셀은 시범경기에서 14경기에 모두 출전해 34타수 8안타 1홈런 타율 0.235로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2023 KBO 우승 배당률
SSG : 2.5
키움 : 5.0
LG : 6.0
KT : 7.0
KIA : 11.0
삼성, NC, 두산 : 16.0
롯데 : 31.0
한화 :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