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야구선수를 흔히 ‘이도류’라고 부른다. 일본의 만화에서 유입된 이 단어는 일본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투타겸업 선수라고 뽑히는 오타니 쇼헤이가 등장하면서 대두됐다. 오타니는 마운드 위에서는 시속 160km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한 시즌 2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하며 투타 모두 정상급 위치에 올라 있다.
만화와 같은 이 선수의 능력을 따라갈 선수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2023년 KBO 시범경기에서 그 주인공들이 나타났다. 바로 키움의 장재영(21)과 김건희(19)다. 이 선수들은 현재 시범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로서 그 능력치를 발휘하고 있다.
우투우타의 02년생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부터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키움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빠른 공에 비해 제구가 일정치 않았고 결국 지난해 11월 호주야구리그의 질롱 코리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장재영은 19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3이닝 1실점 했다. 한 개의 안타만 내주며 적은 실점을 했지만 제구력이 문제로 꼽혔다. 63개의 투구 중 볼이 35개로 이날 던진 공의 절반 이상이 볼이었다. 특히 2회에는 타자 5명을 상대하면서 초구가 모두 볼이 나오며 불리한 싸움이 됐다.
그는 이번 시범리그에서 투수와 우익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투수가 주된 포지션이며 타자로서의 도전은 시범경기까지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포수 출신의 04년생 김건희는 고등리그 시절부터 투타겸업을 시도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포수 자리를 포기한 김건희는 현재 투수와 1루수 자리를 맡고 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프로에 데뷔한 김건희는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하지만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있다.
김건희는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역전 적시타를 날리며 팀을 패배에서 구했다. 그는 1-2로 끌려가던 8회 2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시범경기 첫 안타를 기록했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아직 투수로서는 완성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타자로서 먼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키움의 홍원기 감독도 경기 후 "김건희가 타격에서 자신의 재능을 보여줬다. 시범경기지만 프로라는 무대에서 중요한 순간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범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좋은 평가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