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한국의 부진했던 성적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KBO는 16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야구대표팀이 WBC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과 경기력을 보인 점에 대해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야구 팬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리그 경기력과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기로 했다”며 추후에 있을 국제대회에 대비하겠다는 각오도 발표했다.
KBO는 이날 2023년 제2차 실행위원회를 열어 10개 구단 단장과 함께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 및 각종 제도 신설과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야구계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사과문에서 나온 문장들에서 진심어린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은 단순히 대표팀의 경기력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야구의 깊은 곳에서 곪아 있는 문제를 풀어야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부진에 대해 2006년, 2009년 대회에서 활약했던 김태균은 “진짜 문제는 한국 야구 구조에 있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그는 한국 야구의 발전이 더딘 이유 중 하나를 ‘나무 방망이’로 꼽았다. 그는 KBO에서 강타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교생 힘으로 반발력이 떨어지는 나무 배트를 휘둘러서는 좋은 타구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제 스윙을 하기보다 공을 맞히기 급급했다”며 2004년부터 나무 배트를 쓰고 있는 고교 야구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나무 배트 스윗 스폿에 재대로 맞히지 않는 이상 장타가 나오기 어렵기에 투수는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했다. 예리한 제구와 변화구 구사가 투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졌다”며 타자는 물론 투수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강철 감독은 외국 팀과의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코로나19로 교류전 등을 하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 APEC 같은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브랜드로 비시즌에도 타국 대표팀과 교류전을 갖는 일본 대표팀에 대해 “우리도 돔구장이 있으니 초청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KBO에 내가 WBC에서 느꼈던 점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9월 아시안게임과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EC)에 이어 내년 프리미어 12 등 WBC에서의 문제점을 극복할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KBO가 우리 대표팀을 향해 모이는 날카로운 비판을 무시하지 않기 위해서는 주체가 뚜렷한 반성과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해 개선해나가려는 의지가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