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뉴스] 화려하지 못했던 신인 이대호, 화려하게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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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ji Kim

최종수정 2022.10.12.18:08기사입력 2022.10.12.18:08

‘롯데의 심장’, ‘조선의 4번 타자’, ‘빅보이’ 이대호가 22년간 몸 담았던 그라운드 위에 야구 방망이를 내려놓았다.

롯데 구단은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을 롯데 구단 통산 두 번째, 한국프로야구 통산 17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또한 롯데는 이대호를 위해 지난 8일 롯데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의 화려한 은퇴식을 마련했다. 은퇴식은 롯데 회장 신동빈의 참석과 함께 사직야구장을 가득 채운 2만 2,990명 팬들의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롯데 원클럽맨’인 이대호와 롯데의 인연은 2001년 2차 드래프트에서 시작됐다. 이대호는 200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으며 일본과 미국에서 뛴 5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롯데 선수로서 활약했다. 이대호는 롯데에서 뛴 17시즌 동안 1970경기 타율 0.390(7114타수 2198안타) 374홈런 1424타점 출루율 0.285 장타율 0.515 OPS 0.900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한국프로야구 최초이자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과 2회의 트리플 크라운, 도루왕과 신인왕을 제외한 타자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수상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이대호는, 처음부터 타자로 활약한 선수는 아니었다. 이대호는 롯데 투수로 입단했다. 남다른 각오로 입단한 이대호는, 프로 첫 스프링캠프에서 무리하게 투구를 하다가 어깨를 부상당했다. 이 때의 부상 여파로 시속 140km였던 이대호의 직구 구속은 느려졌고 주특기였던 포크볼도 힘을 잃었다. 결국 이대호는 1년 만에 투수를 포기했다.

타자로 전향한 후에도 이대호의 마음고생은 끊이지 않았다. 체중 ‘120kg’ 육박하는 타자를 향한 날 선 비난이 있었던 것이다. 이대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2004년 이대호는 홈런 20개를 기록했고 이대호를 향했던 거센 비난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이대호는 야구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수많은 족적을 남기고 떠난 '롯데 원클럽맨' 이대호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수많은 족적을 남기고 떠난 '롯데 원클럽맨' 이대호Han Myung-Gu

2006년 이대호는 1984년의 이만수 이후 22년 만에 첫 타자 트리플 크라운(타율·타점·홈런 1위)를 기록, 2007년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 상위권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대호의 절정은 2010시즌이다. 이대호는 2010년에 9경기 연속 홈런을 쳐 이 부문 세계기록도 세웠으며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타율·타점·홈런·득점·안타·출루율·장타율) 타이틀을 석권하면서 타격 7관왕을 달성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이대호는 그해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2012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오릭스 버펄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4번 타자로 활약한 이대호는 2015년엔 일본시리즈 MVP에 올랐다. 이대호는 ‘일본 야구’에 그치지 않고, 2016년엔 더 큰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스클릿 계약(MLB 소속일 때와 마이너리그 소속일 때의 연봉이 다른 계약)을 한 이대호는 한국프로야구 최초 한·미·일 야구를 경험한 선수가 됐다.

2017년 이대호는 친정팀 롯데로 복귀했다. 일본 구단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이를 뿌리치고 친정팀으로 복귀한 것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뛰겠다는 꿈은 이뤘다. 이제 롯데로 돌아와 팀 동료, 후배들과 함께 우승을 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고 말하며 롯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 꿈은 이뤄지지 못한 채 은퇴했다. 이대호는 17시즌을 롯데에서 보낸 동안 5번의 포스트 시즌 진출했으며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일본에선 두 차례나 우승을 했지만 한국에선 그러지 못했다. 2022 시즌 막바지까지 가을야구 진출을 염원했던 이대호였지만 프로세계는 냉정했다. 롯데는 정규시즌 7위로 확정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대호는 친정팀 우승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좌절된 꿈에 ‘죄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이날 현장을 찾은 신 회장에게 “롯데 우승을 위해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십시오”라고 말하며 ‘롯데 우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뒤돌아서야 했다. 

롯데 이대호는 선수로서의 생활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대호가 남긴 족적은 그를 영원히 롯데 선수로 기억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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