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는 오는 3월 23일 7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10개 구단은 스토브리그 동안 크고 작은 변화를 맞았다. 새 시즌 개막에 앞서 올 시즌 순위 판도를 예측해본다.
1. 우승 사정권에 있는 LG와 KT
LG 트윈스
지난 시즌 LG 트윈스는 닿을 듯 닿지 않았던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29년 묵은 한을 제대로 풀었다. 다가오는 2024시즌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2연패를 노린다.
LG는 시범 경기에서 팀 타율 3위(AVG 0.261)에 올라서며 여전한 공격 화력을 자랑했다. 김현수-오스틴-오지환으로 연결되는 중심 타선의 폭발력이 상당하고, 전체적인 타선의 짜임새도 탄탄하다.
2023시즌 LG의 유일한 고민이었던 선발진 약세도 해결 방안이 보인다. 새 외인 투수 엔스와 켈리가 1, 2선발을 맡고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임찬규와 최원태가 3, 4 선발로 나설 계획이다. 마지막 5선발은 손주영이 맡는다.
문제는 불펜이다. 비시즌 기간 불펜에서의 전력 유출이 컸다. 클로저 고우석은 빅리그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났고, 이정용은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상무에 입단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과정에 있는 함덕주는 6~7월에야 복귀할 수 있다. 필승조 백승현, 박명근, 김진성과 마무리 유영찬, 이외에도 김유영, 윤호솔 등의 자원이 있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불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LG가 불펜 고민을 털어내고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까?
KT 위즈
KT 위즈는 마법 같은 2023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반 부상 선수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며 최하위권을 맴돌았지만,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에 오르며 최종 2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 시즌 막내 구단답지 않은 저력을 보여준 KT가 V2에 도전한다.
'투수 왕국'답게 KT는 일찌감치 선발진 구성을 마쳤다. 지난해 승률왕 쿠에바스와 벤자민이 원투 펀치를 구성하고, '이닝 이터' 고영표와 엄상백, 고졸 신인 원상현이 3·4·5선발 자리를 메운다. 6월에는 팔꿈치 수술 후 재활 과정에 있는 소형준이 복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KT 선발진은 리그 최상급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불펜 자원도 한층 풍부해졌다. 손동현·이상동·주권·강건 등이 돋보이고, 김민수·박시영도 부상 복귀전을 앞두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우규민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에 합류했다. FA로 이적한 마무리 투수 김재윤의 빈자리는 '영건' 박영현이 메운다.
지난 시즌 다소 아쉬웠던 공격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4년 만에 팀에 복귀한 로하스가 시범 경기에서만 4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활약을 예고했고, 작년 한 해 동안 아쉬운 활약을 보였던 강백호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 긍정적이다.
2. 5강 진출을 노리는 팀들
SSG 랜더스
KBO 리그 역대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 SSG는 2023시즌 초반 순항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준플레이오프에서 NC에 업셋을 당하면서 초라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이후 김원형 감독과 결별을 선택한 SSG는 이숭용 감독 체제에서 다시 우승을 노리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아스-더거-김광현-박종훈-오원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예정인데, 새 외인 투수 더거의 시범 경기 성적(ERA 5.68)이 썩 좋지 않다. 4·5선발인 박종훈과 오원석의 활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외인 투수가 흔들리는 것은 큰 불안 요소이다.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도 SSG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힌다. 추신수, 최정, 김성현 등 야수진은 물론이고 불펜 핵심 선수인 노경은, 고효준 등도 불혹을 바라보고 있다. SSG가 선발진 불안과 주축 선수진의 노쇠화를 극복하고 2022시즌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주요 전력이 대거 이탈하며 강력한 꼴찌 후보로 꼽혔다. 쉽지 않은 시즌이었지만 NC는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냈다. NC의 선전에는 '특급 외인' 페디의 활약이 주효했다. 페디는 평균자책점(ERA 2.00)다승(20승), 탈삼진(209개) 등 3가지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KBO리그를 평정했다.
NC의 돌풍을 이끌었던 에이스 페디는 더 이상 없다. 국내 에이스 구창모도 군입대를 선택했다. 새 외국인 투수 하트-카스타노가 페디의 빈자리를 최대한 메우면서 국내 선발진으로 선발된 신민혁, 이재학, 김시훈의 안정적인 활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소 불안한 감이 있는 선발진과 달리, 김영규-류진욱-이용찬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탄탄하다는 평가다.
아쉬운 마운드에 비해 타선의 화력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NC 타선에는 손아섭·박민우·박건우 등 국가대표급 타자진과 서호철·김주원·김형준 등 성장세에 있는 타자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거기다 트리플A 홈런왕에 오르기도 한 '거포형 외인' 맷 데이비슨의 가세로 타선에 파워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 베어스
한 시즌 만에 5강에 복귀한 두산 베어스는 2024시즌을 앞두고 열린 시범 경기에서 8승 1무를 기록, 기분 좋은 돌풍을 일으켰다. 투타의 조화가 좋았다. 두산은 시범 경기 팀 타율 부문에서 1위(AVG 0.279), 팀 방어율 부문에서 LG에 이어 2위(ERA 3.00)에 올랐다.
두산은 전반적인 전력은 직전 시즌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2023 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은 양석환과 홍건희를 모두 잔류시키며 집토끼 단속에 성공했고, 외인 투수 알칸타라-브랜든과도 재계약을 체결했다.
외국인 타자는 교체를 선택했다. 지난 시즌 0.253의 타율과 19홈런, 65타점의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기록한 로하스 대신 헨리 라모스를 영입했다. 라모스는 시범경기에서 0.333의 타율을 달성, 시즌 개막 전부터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선발진의 무게감도 상당하다. 알칸타라-브랜든-곽빈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이 압도적이다. 4·5선발로 내정된 최원준과 이영하가 제 몫을 해낸다면 두산은 남부럽지 않은 선발진을 구축하게 된다. 홍건희·김명신·박치국·최승용·정철원과 루키 김택연까지 가세한 불펜진도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수 조화를 앞세운 두산이 5년 만에 대권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기아 타이거즈
지난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던 기아 타이거즈는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하면서 간발의 차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5강 좌절에도 김종국 감독과의 동행을 이어가고자 했지만, 김종국 감독이 스프링 캠프 직전에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되면서 사령탑 교체가 불가피했다. 기아는 김종국 전 감독의 후임으로 이범호 1군 타격 코치를 선임했다.
역대 KBO 리그 최연소 감독 타이틀을 가져가게 된 이범호 감독은 '임기 내 우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포 나성범이 또다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개막전 출전이 불발됐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나성범의 이탈은 치명적이지만, 최형우·소크라테스·박찬호·김선빈·김도영 등의 타격이 좋은 자원이 많은 것은 희망적이다.
선발진도 다소 불안하다. 크로우의 시범 경기 투구는 인상적이었지만, 네일은 평균 자책점 5.23에 그치며 불안불안한 투구를 이어갔다. 지난해 토종 에이스 양현종과 이의리는 기복 있는 투구를 보였고, 5선발 윤영철도 지난 시즌 막판에 크게 흔들린 모습을 보인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다만, 이들이 제 역할만 해낸다면 기아는 무게감 있는 선발진을 완성할 수 있다. 임기영, 장현식, 최지민, 정해영 등 불펜 자원이 풍부한 만큼 선발진이 잘 받쳐준다면 기아의 5강 진출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6년간 5강 진출에 실패, 32년간 무관에 그치며 KBO 리그 대표 약팀으로 자리 잡았다. 시범 경기와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가도 여름이 되면 성적이 수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반복 재현되면서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롯데는 '봄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비시즌 동안 내야 핵심 자원이던 안치홍의 이적을 바라만 봐야 했던 부분은 아쉬웠다. 롯데는 김민성, 최항, 오선진 등을 영입하며 내야 보강을 꾀했고, 나승엽까지 군 제대 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즌이 막을 올리기도 전에 순위 싸움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민석, 한동희 등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롯데로서는 시즌 초반 이들의 공백을 최소화해야만 한다.
마운드는 상당한 안정감이 돋보인다. 검증된 두 외인 투수 윌커슨과 반즈가 1, 2선발을 책임지고, 박세웅과 나균안, 한현희가 3~5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준용-구승민-김원중으로 이뤄진 필승조와 김상수, 진해수 등 굵직한 불펜 자원이 적지 않다. 과연 롯데는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의 지휘 아래, 봄데의 오명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가 2024시즌을 앞두고 5강 후보로 급부상했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내야 최대어 안치홍을 영입하며 확실히 전력을 보강했다. 특히 류현진의 합류로 리그 최상급의 안정감을 갖춘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한화는 시즌 초반 류현진-페냐-김민우-산체스-문동주로 연결되는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한다.
공격력도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외인 타자 잔혹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는 새 외국인 타자로 페라자를 선택했다. 불안한 수비가 약점이지만, 기대보다는 괜찮은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고 타격에서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장타력을 갖춘 노시환과 채은성, 안치홍의 공격력이 더해진다면 한화 타선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불펜 약점 극복은 유일한 숙제로 남았다. 한화 불펜은 2023시즌 평균 자책점 4.38을 기록하며 불펜 방어율 부분 7위에 그쳤다. 김범수, 주현상, 윤대경, 박상원 등 다양한 불펜 자원이 있지만, 안정감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전반적인 투타 전력 향상을 이뤄낸 한화가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 순위 경쟁 고전이 예상되는 2팀
삼성 라이온즈
지난 2023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최대 약점은 불안한 뒷문이었다. 불펜 방어율이 5.16으로 리그 최하위 수준이었다. 불안한 불펜으로 인해 패하는 경기가 많았던 삼성은 뒷문 단속을 위해 마무리 투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했다.
불펜 보완은 마쳤지만, 이번에는 선발진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1~4선발은 확정됐지만, 원태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진한 모습이다. 새 외인 투수 코너와 레예스는 시범 경기에서 각 7.00, 3.38의 다소 저조한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불안한 시작을 알렸다. 4선발 백정현도 시범 경기에서 9.53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었다.
타선도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삼성은 시범 경기에서 0.212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 부문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범 경기에서는 투타 장점을 드러내지 못했던 삼성이 패넌트레이스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에게 지난 시즌은 악몽과도 같은 한 해였다. 최악의 부진을 겪으면서 창단 첫 꼴찌의 굴욕을 피할 수 없었다. 키움은 지난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 시즌 유력한 꼴찌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키움이 꼴찌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력 상승 요인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데, 전력 누수가 너무 크다. 투타의 핵심인 이정후와 안우진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사실상 팀의 기둥이었던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둥지를 옮기며 키움을 떠났다. 국내 에이스 안우진도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군입대를 선택했다. 백업 포수로 뛰던 이지영과 뒷문 단속에 힘썼던 임창민도 이적했다. 불펜 자원 조상우가 군 제대 후 팀에 합류한 것이 유일한 플러스 요소다.
투타 전반의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 키움은 신인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직전 시즌 팀의 주전급 자원으로 자리 잡은 이주형·장재영·김동헌을 비롯해, 고졸 신인 김윤하·전준표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