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 도드람 V-리그'가 오는 14일 오후 2시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은 V-리그는 새 시즌을 앞두고 공인구 변경, 아시아 쿼터 도입 등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새 변화 아래 V-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릴 가능성이 큰 팀은 어떤 팀인지, 우승권을 위협할 팀은 어떤 팀이 있는지 샅샅이 살펴보자.
1. 'V-리그 최초' 4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창단 첫 트레블 달성과 3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하면서 V-리그 남자부 최강팀임을 입증했다.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의 전력은 큰 변화가 없다. 임동혁, 조재영, 유광우 등 핵심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모두 잔류를 택했다. 앞선 2시즌 간 공격 부문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외국인 선수 링컨(호주·OP)과도 재계약을 마쳤다.
유일한 변화는 필리핀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마크 에스페호(필리핀·OH)가 아시아쿼터를 통해 팀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마크 에스페호는 이미 포화상태인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를 놓고 정지석, 곽승석, 정한용, 이준 등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우승 후보임에도 우려는 따른다. 비시즌 동안 주요 선수들이 국가대표 차출로 자리를 비우면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훌쩍 넘은 한선수, 유광우, 곽승석 등 주요 선수진의 고령화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다년에 걸쳐 만들어진 조직력이 워낙 탄탄하고, 뎁스도 두터워 올 시즌 또한 대한항공이 우승컵을 들어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2. '1강'에 도전하는 봄배구 단골손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인고의 '리빌딩' 기간의 거친 현대캐피탈은 3년 만에 봄배구에 진출해 준우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최태웅표 리빌딩'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리빌딩을 거친 팀이라기에는 선수층의 연령대가 여전히 높은 것이 문제다. 특히 최민호-박상하가 지키는 미들블로커 라인은 노쇠화가 뚜렷하다. 다행히도 아시아쿼터로 203cm의 장신이자 대만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차이페이창(대만·MB)을 영입, 높이를 강화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공격진도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됐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에서 활약한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리비아·OP)가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으면서, 기존에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던 허수봉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자리를 옮긴다. 이렇게 되면 '아흐메드-전광인-허수봉'으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폭발력을 가지게 되지만, 리시브 안정감은 장담할 수 없다.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와 차이페이창이 모두 각국의 국가대표로 차출되면서 새 용병들과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또한 아웃사이드 히터로 옮겨간 허수봉과 전광인, 박경민 등 팀의 핵심 선수진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일정을 소화하느라 팀 합류가 늦었다. 결과적으로 전체 선수단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2주 남짓이었다. 촉박한 시간 내에서 조직력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렸을지가 현대캐피탈의 시즌 초반 경기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 우리WON
2시즌 연속 허무하게 준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물러난 우리카드는 비시즌 동안 팀 구성을 완전히 뒤엎었다. 팀의 주포로 활약하던 나경복이 군 입대를 앞두고 FA로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하며 보상선수로 박진우를 영입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트레이드에 능한 신영철 감독은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먼저 KB손해보험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지난 시즌 주전 세터 황승빈을 내보내고,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을 영입했다. OK금융그룹과의 트레이드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송희채를 내주고, 동 포지션의 송명근을 데려왔다. 트라이아웃과 아시아쿼터를 통해 각각 마테이 콕(슬로베니아·OP/OH)과 오타케 잇세이(일본·OP/MB)를 영입하며 공격력과 중원을 보강했다.
그럼에도 공격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국내 무대 경험이 전무한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지난 시즌 한성정과 송명근의 성적을 고려하면 이들에게서 순도 높은 공격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직전 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친 김지한이 '믿는 구석'이라고는 하지만 토종 에이스 나경복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주전 세터 황승빈의 이적으로 인해 '세터' 포지션이 구멍이 될 여지가 있다. 지난 시즌 고졸 신인 한태준과 군 전역 후 합류한 이승원이 있지만, 이들의 기량이나 경험이 부족한 것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선수단 구성이 대폭 바뀌면서 젊은 팀이 됐고, 이에 따라 조직력에서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다가오는 시즌은 우리카드에 험난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3. 상위권을 위협하는 구단들
한국전력 빅스톰
2시즌 연속 업셋에 성공하며 창단 첫 우승에 나섰던 한국전력의 도전은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마무리됐다. 한국전력은 다가오는 시즌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한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리시브 불안'을 해결하는 게 시급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쿼터에서 이가 료헤이(일본·L)를 영입해 리시브 라인을 강화했다.
공격진은 지난 시즌과 같이 '타이스-서재덕-임성진' 체제로 간다. 직전 시즌 한국전력은 이 조합으로 득점 1위(3306득점), 공격 성공률 2위(52.3%)에 오르며 공격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2라운드 중반에는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몬이 군 생활을 마치고 팀에 합류할 예정이라, 공격 및 수비에서 전력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세트당 2.5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철벽 방어'를 자랑했던 중원도 '신영석-조근호'가 지킬 가능성이 크다. 달라진 점이라면 지난 시즌 간간이 미들블로커로 코트에 나섰던 박철우가 올 시즌에는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완전히 변경하며 높이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시즌 한국전력은 전반적인 선수단 구성에 큰 변화가 없어 한층 안정적인 팀워크가 기대된다.
OK금융그룹 읏맨
새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2달 만에 팀의 창단 첫 KOVO컵 우승을 이끌었다.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안정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지난 시즌 크게 불안했던 리시브 및 디그 등 수비에서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공격은 지난 시즌과같이 레오(쿠바·OP)가 이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는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한 송희채와 지난 시즌 주장을 역임한 차지환, 컵대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신호진, 이진성, 박승수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아시아쿼터를 통해 바야르사이한 밧수(몽골·MB)까지 합류하면서 중앙 보강도 마쳤다.
세터 자원도 풍부해졌다. 2022/23시즌 후반에 군 복무를 마치고 이민규가 팀에 복귀했고, 지난 시즌 주전 세터로 활약한 곽명우도 있다. 다만 지난 시즌 레오-곽명우가 좋은 합을 자랑한 만큼, 주전 세터가 이민규로 바뀌면 레오의 공격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지휘 아래 OK금융그룹이 여름의 돌풍을 봄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4. 명예 회복에 도전하는 두 팀
KB손해보험 스타즈
'말리 특급' 케이타가 없는 KB손해보험은 하위권을 벗어날 수 없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터져 나왔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의 고통을 새 시즌 다시 겪을지도 모른다. 지난 7시즌 간 주전 세터로 활약했던 황택의가 군 문제로 팀 전력을 이탈하게 된 것이 그 이유다.
세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KB손해보험은 우리카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세터 황승빈을 영입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또 전력 유출이 발생했다. 앞서 나경복을 FA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미들블로커 박진우가 보상선수로 떠났다. 안 그래도 약한 중원이 더 약해졌다. 결국 KB손해보험은 아포짓 스파이커 한국민을 미들 블로커로 포지션 변경시키며 중원 강화를 꾀했다.
공격력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직전 시즌 대체 용병으로 활약한 비예나의 공격력이 돋보이기는 했지만, 그에 반해 황경민, 홍상혁, 한국민 등 국내 공격진의 활약은 미미했다. FA로 영입한 나경복은 군 복무로 인해 내년 시즌이 돼야 팀에 합류할 수 있다. 결국 KB손해보험으로서는 아시아쿼터를 통해 영입한 리우 훙민(대만·OP)의 활약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 블루팡스
우승을 밥 먹듯이 하던 삼성화재는 이제 '배구 없는 봄'이 더 익숙하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는 '레전드' 김상우 감독을 선임하며 봄배구 진출에 도전했지만, 시즌 내내 하위권을 전전했다. 부진에 다양한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격이었다. 남자부에서 공격 성공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팀은 삼성화재가 유일했다.
새 시즌 요스바니(쿠바/이탈리아·OH)와 에디 자르가차(몽골·OP/MB)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요스바니는 과거 V-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검증된 선수'라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디 자르가차도 아시아쿼터로 팀에 합류했지만, 한국에서 아마 배구를 경험해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 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국내 공격 자원도 눈길을 끈다. 베테랑 김정호, 신장호가 든든히 버티고 있고, 신예 박성진의 성장도 눈부시다. 노재욱, 이호건으로 이뤄진 세터진의 활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 삼성화재는 지난 8월 열렸던 KOVO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오랜만에 '명문팀'의 면모를 뽐냈다. 승리 DNA를 느낀 삼성화재가 새 시즌 '명가 재건'에 도전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3시즌 간 리그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번 시즌 역시 대한항공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타 팀들의 성장세, 아시아 쿼터, 공인구 변경 등 변수를 무시할 수는 없다. 각자의 목표를 바라보는 7구단, 그들의 치열한 경쟁이 곧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