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2일(토) 한국시각으로 오후 4시 지난 시즌 리그 1위를 경쟁했던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2022/23 V-리그 여자부’ 개막을 알린다. 리그 개막에 앞서, 6개월 간의 대장정을 향한 V-리그 여자부 7팀의 전력을 이번 시즌 예상 순위대로 프리뷰를 시작한다.
1. 여자배구 절대 강자로서 군림하려는 구단, 현대건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현대건설에게 지난 시즌은 최고의 한 해였다. 2021/22 시즌 1위와 V-리그 남녀 통틀어 역대 최다 연승(15연승), 여자부 역대 최다 승점(82점)을 기록한 현대건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리그 막바지 한계로 드러났던 포지션에 전력 보강을 나섰다.
주전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이다현은 ‘리그 최강’ 미들블로커진이다. 하지만 ‘최강 듀오’ 백업 선수로는 정시영밖에 없을 정도로 미들블로커 백업이 부실한 팀이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드러난 두 선수의 체력적 한계로 중앙을 책임질 백업 선수로 나현수를 선택했다.
나현수의 영입으로 정시영은 미들블로커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 변경을 했다. 지난 시즌 공격력보다는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윙을 구성했던 현대건설이었지만 공격적인 ‘윙’ 정시영을 얻음으로써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공격력은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력해졌다.
게다가 지난 시즌 강력한 서브와 스파이크로 공격성공률(42.81) 2위를 차지한 아포짓 스파이커 야스민 베다르트(이하 야스민)와의 재계약에 성공하며 또 한번의 돌풍을 예고했다. 더욱 강력해져서 돌아온 현대건설은 위협적인 공격력으로 통합 우승을 노릴 것으로 예상한다.
2. 절대 강자의 아성을 넘보려는 또 다른 강자들
GS칼텍스 서울 KIXX
지난 시즌을 3위로 마무리한 GS칼텍스가 샐러리 캡(연봉총상한제/여자부 팀당 23억원)때문에 선수 대부분 연봉을 깎아야 했다. 연봉 삭감 이슈로 몇몇 주전 선수들을 떠나보내고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이 늦어지면서 GS칼텍스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2022 KOVO컵(이하 컵대회)’에서 GS칼텍스는 여전히 강했다. GS칼텍스는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가 가장 적은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전 선수의 이적 또는 부상으로 이탈해도 백업 선수가 공백을 채울 수 있다.
특히 세터와 리베로에선 각각 안혜진과 오지영이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백업 선수 모두 당장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안정적이다. 다만 GS칼텍스 미들블로커진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약하다. 느린 스피드와 낮은 블로킹으로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컵대회에서 흥국생명 상대로 GS칼텍스 중앙을 책임지며 블로킹 6개를 기록한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2002년생 오세연이다. 빠른 기동력으로 코트를 활보한 오세연은 GS칼텍스 중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세연의 가세는 기존보다 빠른 템포로 경기를 지배해 우승 경쟁에 박차를 가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지난 시즌 7위로 마무리한 흥국생명은 권순찬을 새 사령탑 감독으로 임명하며 리빌딩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했다. ‘높고 빠른’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는 권 감독이지만 흥국생명 주전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리그 ‘최단신’이었기 때문에 권 감독이 추구하는 ‘높은’ 스피드 배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단신’이었던 흥국생명에 한줄기의 단비 같은 선수가 영입됐다. 바로 ‘배구여제’ 김연경이다. 김연경의 합류로 이번 시즌 여자부 ‘최장신’ 팀이 됐다. 높이와 힘이 기반이 되는 현대배구에서 탑 레벨의 힘과 높이, 그리고 스피드를 지닌 김연경의 합류는 더할 나위 없다.
흥국생명은 주전 세터 박혜진의 부상으로 이번 시즌은 백업 세터를 가동한다. 그러나 백업선수 김다솔과 박은서 모두 ‘낮고 빠른’ 토스를 한다. 이번 시즌 주 공격수인 김연경(192cm)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196cm)는 높은 신장을 가졌는데 공격수 높이와 상관없는 낮은 토스는 공격력을 떨어지게 만들 뿐이다.
김연경의 합류로 블로킹의 높이나 수비가 좋아졌으며 공격 옵션도 다양해졌다. 다만 백업 세터의 낮은 토스는 흥국생명의 공격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흥국생명에는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권 감독이 있다. 이번 시즌 권 감독의 지휘아래 성장할 백업 세터들의 경기력은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을 2위로 마무리했다. 얇은 선수층 때문에 리그 하반기 접어들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백업 선수들의 더딘 성장으로 세대교체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지난 시즌을 마무리한 한국도로공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5명을 지명하며 유망주들을 모았다. 게다가 주전 세터 이고은의 이적으로 2021년 프로에 입단한 김세인을 보상선수로 안게 됐다. 이로써 한국도로공사는 ‘신구조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는 법. 지난 시즌 775득점(2위)을 하며 한국도로공사를 2위까지 끌어올렸던 켈시가 이적했다. 또한 발 빠른 이고은을 떠나 보냈다. 지난 시즌 각각 아포짓 스파이커와 세터 역할을 충실히 해냈던 두 선수의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잘 메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국도로공사의 파워는 다소 약하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끈다. 안정적인 리베로 임명옥과 미들블로커 정대영과 배유나,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 등 베테랑 선수가 젊은 선수들 뒤에서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 젊은 선수들은 베테랑 선수 중심으로 창의적인 공격력을 펼치며 경기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 전망한다.
3. 비상을 꿈꾸는 구단들
대전 KGC인삼공사 배구단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인삼공사는 호기롭게 지난 시즌을 시작했지만 ‘4위’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아쉬운 마무리에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시즌을 앞두고 새 사령탑 감독으로 고희진을 임명했다.
그러나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에 차출된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했던 미들블로커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개막 경기에 출전 가능한 선수는 단 2명뿐인데 베테랑 한송이와 지난 시즌 프로에 입단한 이지수다. 교체로 단 2경기만 뛴 이지수가 다른 선수를 대신해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리베로 노란도 장기 부상으로 올 시즌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리베로 자리엔 고민지가 주전으로 출전할 것이다. 고민지는 지난 시즌까지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었기 때문에 수비력이 안정적인 주장 이소영이 고민지의 경기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소영 또한 부상 회복 중에 있다.
현재 인삼공사 내에 부상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인삼공사의 선수층은 빈틈없어 진다. 유망주들이 즐비한 인삼공사에 이소영이라는 구심점이 안정적인 수비를 이끌고 ‘뉴페이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이하 엘리자벳)의 타점 높은 공격력으로 경기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IBK 기업은행 알토스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항명파동으로 리그 최하위까지 갔었지만 새 사령탑 김호철 지휘 아래 다시 뭉치며 리그 5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위태로웠던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을 위한 영입은 단 1명뿐이었다. 바로 미들블로커 전현경을 FA(자유계약신분)로 영입했다.
이번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는 표승주를 중심으로 수비와 블로킹이 단단한 김주향, 그리고 육서영과 김주향을 번갈아 투입할 거라 예상한다. 세터는 지난 차분히 경기 조율하는 김하경이, 미들블로커는 베테랑 김수지가 중심을 잡아주고 최정민과 김현정, 그리고 최정민을 번갈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아포짓 스파이커는 걱정이 태산이다. 바로 아포짓 스파이커는 김희진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희진이 부상으로 또 다시 자리를 비운다면 그 공백을 메울 선수가 없다. 리베로에선 지난 시즌 체력적인 문제를 보였던 신연경을 뒷받침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기업은행은 조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비시즌기에 체력 훈련 등 기업은행 선수단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했다. 조직력과 체력을 기반으로 ‘토털 배구’를 추구하는 김 감독의 지휘 아래, 김희진과 신연경이 이번 시즌을 잘 소화해낸다면 기업은행의 목표인 ‘플레이오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4. 미생에서 완생을 꿈꾸다, 페퍼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AI PEPPERS
2021/22시즌부터 리그에 합류한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지난 시즌은 아포짓 스파이커 엘리자벳 혼자서 고군분투한 팀이었다. 하지만 ‘소녀가장’이었던 엘리자벳은 이제 페퍼저축은행에 없다.
페퍼저축은행은 엘리자벳 자리를 대신할 외국 선수 니아 리드(이하 리드)를 1순위로 지명했다. 모든 포지션이 부족한 페퍼저축은행은 영입과 신인 드래프트 지명으로 빈 자리를 채웠다. FA가 된 세터 이고은과 리베로 김해빈을 영입하고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장신의 미들블로커 염 어르헝을 지명했다.
그러나 전력은 여전히 약하다. 리드는 지난 시즌 엘리자벳과 마찬가지로 ‘소녀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고은은 증명된 선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증명해 나가야 할 선수들이다. 기존 선수들 또한 실력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10승’, 지난 시즌 3승을 한 페퍼저축은행의 목표다. 전 시즌보다 나은 시즌을 보내기 위해 페퍼저축은행은 고군분투 중이다. 19일 페퍼저축은행은 학교폭력 사태로 리그에서 퇴출된 ‘이재영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재영이 합류한다면 페퍼저축은행은 ‘10승’에 한발짝 다가가게 될 것이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모든 포지션에서 최강의 모습을 보이며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다. 현대건설의 독주체제가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강자가 모습을 드러낼 지. 각기 다른 목표로 새 시즌을 맞이하는 여자부 7팀 경쟁이 2022/23시즌에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